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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래빗

   개요   :  코미디, 드라마, 전쟁

   개봉일   :  2020-02-05

   감독   :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  스칼렛 요한슨,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 타이카 와이티티, 토마신 맥켄지

   등급   :  12세 관람가



타이카 와이티티의 [조조 래빗]은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 영화인데, 전 양쪽 모두가 이해가 됩니다.

좋은 점을 말하라면, 영화가 귀엽고 재미있습니다. 귀여운 꼬마애가 주인공인데 영화 내내 귀여운 짓을 합니다. 이걸 싫어해야 할 이유는 없지요. 배경이 제2차 세계대전 말기의 독일이라 주변에서는 온갖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주인공 꼬마애가 자신의 한계 속에서 이를 이해하려고 하는 과정의 묘사도 귀여워요. 심지어 주인공의 상상 속 친구가 히틀러랍니다. 재치있고 귀엽고 도전적이고. 이런 표현이 자동적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보고 있으면 이 영화가 어딘가에 있는 훨씬 컴컴한 원본을 아주 심하게 뒤틀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앞에 원작이 있다고 나와요. 단지 그 원작이 영화와 전혀 다른 내용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예를 들어 주인공 조조는 히틀러 유겐트 캠프에서 수류탄 사고로 심하게 다칩니다. 그 뒤로 흉터가 생기고 다리를 절죠. 나쁜 일이죠. 하지만 보다보면 훨씬 끔찍한 사고를 꼬마 주인공에게 맞춰 약화시켰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쟁이 끝나고 조조가 한 어떤 행동도 훨씬 안 좋게 전개되었을 수도 있는 어떤 이야기의 그림자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사실입니다. 크리스틴 레우넨스가 쓴 원작 소설 [Caging Skies]의 주인공은 영화를 보는 내내 추측했던 것처럼 영화 속 조조보다 더 나이가 많고 더 심하게 다쳤고 내면이 더 심하게 일그러져 있다더군요. 아마도 상상 속 친구 히틀러도 없었겠죠. 와이티티는 이 이야기의 골격만 가져와서 자기식 코미디로 재조립한 것이죠. 이래도 상관은 없어요. 영화가 꼭 원작보다 좋아야 할 이유는 없고. 이러는 게 재미있을 거 같으면 그냥 하는 거죠.

단지 이러는 과정 중 역사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건 큰 문제입니다. 전쟁과 학살을 소재로 한 코미디를 만들어야 한다면 코미디의 도구가 그 소재를 더 잘 살릴 수 있다는 확신이 먼저 서야죠. [조조 래빗]의 각색에서는 그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수많은 제2차 세계대전 영화들이 빠진 함정에 떨어지는 거죠. 한 마디로 이 영화 속 역사는 페티시화되어 있습니다. 전쟁 페티시, 나치 페티시, 유대인 학대 페티시. 모든 독일 사람들이 영어로 말하는 할리우드 영화이기 때문에 더 티가 나요. 그리고 전쟁과, 죽음과 다락방에 숨어 있는 유대인 여자아이의 수난 모두는 귀여운 히틀러 유겐트 꼬마애의 성장을 위한 도구로 축소됩니다. 여전히 재미있고 종종 뭉클한 구석도 있지만 이러면 좀 곤란하지 않을까요.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