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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저블 맨

   개요   :  공포, 스릴러

   개봉일   :  2020-02-26

   감독   :  리 워넬

   출연   :  엘리자베스 모스

   등급   :  15세 관람가



유니버설사의 '다크 유니버스'는 말이 되는 것 같으면서 안 되는 계획이었습니다. 유니버설사 오리지널 호러 주인공들은 모두 같은 유니버스에 속해있긴 했어요. 하지만 그건 농담의 영역에서나 그랬어요. [애봇과 코스텔로가 프랑켄슈타인을 만나다] 같은 패러디 영화에서요. 드라큘라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진지하게 만났다면 웃기지 않겠어요.

[미이라] 리부트 시리즈가 망한 뒤, 유니버설 몬스터 영화들은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신경 쓰지 않고 각자 갈 길을 가는 중입니다. 그리고 리 워넬의 [인비저블 맨]은 유니버설 몬스터가 주인공인 첫 단독영화예요. 이건 어느 각도로 봐도 단독영화이고 속편을 내도 많이 이상할 거 같습니다.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영화의 도입부는 [적과의 동침] 비슷합니다. 주인공인 세실리아는 폭압적인 남자친구 에이드리언의 집에서 탈출합니다. 에이드리언은 자살하고 세실리아에게 유산을 남겨줍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자꾸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자, 세실리아는 확신하게 됩니다. 에이드리언이 자살한 게 아니고 투명인간이 되어 자신을 스토킹하고 있다고요.

친구가 이런 말을 하면 여러분은 믿을 수 있겠습니까? 영화는 세실리아가 그렇게 믿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에이드리언은 광학 분야에서 상당한 업적을 낸 엔지니어였어요. H.G. 웰즈식 투명인간은 못 되겠지만 첨단수트를 이용한 보다 그럴싸한 은폐 기술은 가능하다는 거죠. 물론 이것도 아직은 SF의 영역이지만요.

워넬의 영화는 기존 [투명인간] 영화와 두 가지 면에서 다릅니다. 첫째로, 이 영화의 주인공은 투명인간이 아니라 투명인간에게 스토킹당하는 여자예요. 투명인간의 욕망에 동조하는 대신 철저하게 악역으로 다루고 피해자인 주인공의 공포와 억울함에 집중하는 영화지요. 네, 정말 억울해요. 연달아 끔찍한 일을 당하는데, 아무도 말을 믿어주지 않는 상황이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그러다 결국 정신병원에 끌려가고요.

여기서 엘리자베스 모스는 정말 탁월한 캐스팅입니다. 우린 모스가 절절하게 연기하는 세실리아의 고통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감정이입합니다. 하지만 이 사람이 온전한 정신이냐고 묻는다면 주저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린 이 영화의 투명인간이 진짜라는 건 알고 있지만 모스의 세실리아는 그와 상관없이 정말 미쳐보이는 걸요. 절절한 감정과 불안한 광기가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정통 호러 연기라고 할까요.

두 번째 다른 점은 특수효과와 CG의 비중입니다. 컴퓨터 그래픽 시대에 나온 영화치고는 [인비저블 맨]은 특수효과가 이상할 정도로 적어요. 그렇게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충분히 장난을 칠 정도는 될 텐데, 영화는 아주 필요할 때가 아니면 특수효과를 안 씁니다. 보고 있으면 이유를 알게 됩니다. 엘리자베스 모스의 존재 자체가 특수효과거든요. 보이지 않는 남자에게 고통받은 여자를 연기하는 배우의 연기가 뛰어나다면 거기에 집중하고 특수효과는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좋죠.

영화의 재미에 대한 의견은 갈릴 수가 있겠습니다. 재미없는 영화는 아니에요. 하지만 이야기가 조금 고통스럽죠. 최대한 주인공을 괴롭혀야 먹히는 이야기라 발동이 조금 늦게 걸리고요. 하지만 후반에서 주인공이 확실하게 반격하고 있고 그 과정의 카타르시스도 상당하기 때문에 꿀꿀한 뒷맛이 남지 않습니... 아니, 100퍼센트 확신은 못하겠군요. 위에서도 말했잖아요. 우린 세실리아의 고통에 공감하지만 정신이 완벽하게 온전하다고 믿기는 어렵다고.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