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드라마, 판타지, 미스터리
개봉일 : 제17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감독 : 레반 아킨 출연
출연 : 일마 본 플라텐, 조세핀 애스플런드, 헬레나 엥스트롬
등급 : 청소년 관람 가능
서울청소년국제영화제에서 레반 아킨의 [서클]을 아무런 정보없이 봤습니다. 보면서 "아, 이건 원작이 있겠구나. 아마도 그건 [트와일라잇] 이후 쏟아져 나온 초자연현상을 다룬 영어덜트 소설일 거고 속편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를 다 보고 검색해보니 정말이었어요. 스웨덴에서 나온 [엥겔스포르스] 삼부작의 첫 권을 영화화한 것이었어요. [서클] 이후로는 [파이어], [키]로 이어지고요. 삼부작의 마지막인 [키]는 올해 나온 모양이고 이번 영화가 잘 풀리면 속편들도 영화화될 거라고 합니다.
엥겔스포르스라는 스웨덴의 쇠락해가는 시골 마을이 무대입니다. 엘리아스라는 소년이 화장실에서 시체로 발견된 지 얼마되지 않아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1학년 소녀들이 붉은 달에 이끌려 한 곳에 모여듭니다. 그 소녀들은 '선택된 자'인 마녀들로 투명인간이 되거나 죽은 자의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물체를 움직이는 것 같은 각각의 재능이 있죠. 알고 봤더니 엥겔스포르스는 다른 세계와의 벽이 유달리 얇은 곳으로 이 세계를 노리는 사악한 존재가 마수를 뻗고 있었죠. 이 악의 존재의 하수인이 누군지 밝혀내지 않으면 그들도 엘리아스와 같이 살해당할지도 모릅니다.
[트와일라잇]을 언급했지만 사실은 [버피]에 더 가까운 작품입니다. 엥겔스포르스는 스웨덴 버전 서니데일이고요. '선택된 자', 소녀들을 통제하려는 '협회'같은 유사성도 무시할 수 없고요. 평범한 스웨덴 시골 마을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겪는 어두운 통과제의의 일상을 초자연현상과 연결시키려는 의도 역시 그냥 [버피]입니다.
영화는 조금 아쉽습니다. 재료는 충분해요. 인간관계도 재미있고요. 예를 들어 마녀들 중 한 명은 엘리아스의 집단 따돌림 가해자여서 다른 친구들과 복잡한 관계가 만들어지죠. 하지만 청소년들의 일상묘사와 초자연적인 액션물, 추리물이 겹쳐져 있는데,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고 장르가 너무 넓게 펼쳐져 있어서 많이 산만합니다. 144분의 꽤 긴 러닝타임을 과시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제대로 소개되기도 전에 퇴장하거나 진짜 정체가 밝혀지면 곤란하죠. 각각의 장르에 충분히 시간이 주어져 있지 않아서 체감속도가 그렇게 빠른 편도 아닌데 성급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차라리 할리우드와 경쟁해야 하는 영화보다는 텔레비전 시리즈로 가는 게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아, 그러면 [버피]와 경쟁을 해야 하나요? 그건 피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