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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맨(Ant-Man)

   개요   :  액션, SF

   개봉일   :  2015-09-03

   감독   :  페이튼 리드

   출연   :  폴 러드, 마이클 더글라스, 에반젤린 릴리, 코리 스톨

   등급   :  12세 이상



앤트맨은 오리지널 어벤져스의 멤버이기도 했으니 역사가 상당히 긴 캐릭터지만 요새 나오는 마블 영화 프랜차이즈 안에서 보면 여러 모로 신선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새 영화로 만들어지는 마블 영화의 캐릭터들은 대부분 거대한 과대망상적 판타지의 일부죠. 하지만 앤트맨은 설정부터 자그마합니다. 그리고 그 자그마함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죠.

영화의 주인공은 원작에서 제2대 앤트맨인 스콧 랭입니다. 그는 막 감옥에서 나와서 새 삶을 시작하려는 전과자입니다. 하지만 간신히 얻은 직장에서 해고 당하고 이혼한 아내가 키우고 있는 딸도 만나기 어려워지자 친구들과 한탕을 결심합니다. 근데 간신히 연 금고 안에 들어 있는 건 수수께끼의 옷 한 벌. 이 옷을 입자 갑자기 그는 개미만한 크기로 축소됩니다. 그가 턴 집은 제1대 앤트맨이었던 행크 핌 박사의 집이었고 도둑질 자체가 다음 앤트맨을 뽑으려는 핌의 테스트였던 거죠. 핌의 수제자였던 다린 크로스가 물체의 축소를 가능하게 하는 핌 입자의 비밀을 풀어 팔려 하기 때문에 그는 크로스가 보관 중인 옐로우재킷이라는 무기를 훔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도둑이 필요했던 거죠.

지금까지 나온 마블 영화와는 달리 하이스트 영화의 성격이 강한 작품입니다. 물론 막판엔 악당과도 싸워야죠. 하지만 적진에 교묘하게 침투해서 물건을 훔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초능력을 가진 영웅이라는 캐릭터가 시리즈 내에서 전혀 다른 식으로 활용되고 있는 거죠. 액션도 미시 세계와 정상 세계를 오가면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종종 귀엽습니다. 두 주인공의 목숨을 건 결투로 건물이 무너지는 대신 장난감 기차가 톡하고 넘어지는 식이거든요. 스콧 랭의 캐릭터 역시 다른 마블 히어로와는 달리 소시민의 평범함을 잃지 않습니다. 유머도 시리즈의 다른 작품보다 훨씬 밀도가 높고요.

은근히 동화적이기도 합니다. 의인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개미들이 나오는 영화니까요. 앤트맨이 개미들과 함께 옐로우재킷이 보관되어 있는 회사에 침투하는 걸 지켜보고 있으면 거의 픽사 애니메이션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러한 동화 논리에 맞추었는지 개미가 죽는 장면이 굉장히 조금 나온답니다. 심지어 개미에게 쏘인 악당들도 개미를 눌러 죽일 생각을 안 하더군요.

SF로서 영화는 양다리를 걸치고 있습니다. 축소기술이라는 것 자체가 엉터리 과학이니 정확한 과학 묘사는 불가능하죠. 핌 입자를 쓰면 원자 거리를 좁혀 물체를 축소한다는데 그렇다면 그 물체의 질량은 어떻게 되나요? 하지만 이런 설정은 축소세계를 묘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그 중 절반 정도는 살리고 있어요. 물의 표면 장력과 같은 것들은 상당히 정확하게 그리고 있고 축소된 세계의 질감도 잘 그렸죠. 하지만 질량과 운동량과 같은 경우는 많이 타협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그릴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어요. 여전히 "개미의 힘은 인간의 몇 배..." 어쩌구 설명이 들어가는 영화니까요.

[어벤져스] 우주에 속해있는 영화이니 처음부터 시리즈의 설정을 언급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라면 그 중 대부분은 지나치게 노력하는 거 같아요. 이와 관련된 농담도 대부분 뻑뻑한 편이고요. 앤트맨이 이 세계에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하지만 그 우주에 너무 말려들어 지금 영화가 가진 소박한 즐거움을 잃지 말았으면 합니다. 


콘텐츠 제공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