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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개요   :  스릴러

   개봉일   :  2015-09-03

   감독   :  홍원찬

   출연   :  고아성, 박성웅, 배성우, 김의성, 류현경, 이채은, 손수현, 박정민

   등급   :  15세 이상



평범한 회사원인 김병욱 과장이 망치로 가족을 모조리 때려죽이고 사라집니다. 사건 직후 그가 회사에 들어갔다는 건 CCTV를 통해 확인을 했는데, 나온 건 찍혀있지 않단 말이죠. 광역수사대 소속 종훈은 수사를 시작하지만 다들 김과장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는 눈치이고, 회사건물을 수색할 수 있는 허가도 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김과장 주변 사람들에게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죠.

세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건물 어딘가에 있다는 설정이니, 야근이 일상화된 한국 회사 배경의 영화에서 이건 좋은 슬래셔 영화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전 처음에 이 영화가 24시간 안에 죽일 사람들은 다 죽이고 끝낼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러지 않더군요.

대신 영화는 이미례라는 인턴을 중심으로 느긋느긋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김과장과 그나마 가까운 사이였던 이 사람은 정직원으로 채용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렇게 들어가고 싶은 회사는 바늘방석 같은 곳이죠. 수직계급 사회의 밑바닥에 있는 사람에게 닥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다 일어나는. 그렇다고 이 사람이 이 시스템에 어울리는 부류도 아니거든요. 숫기 없고 융통성 없고 그냥 열심히만 하는 사람이죠.

영화에 나오는 스릴과 호러는 대부분 비장르적입니다. 이미례를 둘러싼 이 무서운 세계와 그에 대한 캐릭터의 반응만 당위성있게 그려내도 충분히 무섭거든요. 영화는 이미례에 감정이입한 상태로 비정하기 짝이 없는 한국 회사 문화를 묘사하면서 살짝 장르적인 테크닉을 더해 스릴러의 맛을 넣어주고 있는데, 이게 계산이 상당히 잘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장르 공식을 버리고 있는 건 아닙니다. 앞에 묻은 복선이 있으니, 결국 마지막은 슬래셔 영화의 스토리로 돌아가요. 묘사가 잔인하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잔인한 상황이지만 그렇게 노골적으로 묘사하고 있지는 않죠. 스릴러의 자극보다는 반전이 있는 추리에 집중하기 위해서인 거 같은데, 전 그 정도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단지 영화가 모티브를 빌리고 있는 모 작품을 그대로 카본 카피한 특정 살인 장면은 너무 밋밋해서 오마주로 보려해도 잘 먹히지는 않더군요.

배우 의존도가 큰 영화입니다. 다들 기본기가 있는 배우들이고 잘 하는데, 영화의 중심은 이미례를 연기한 고아성입니다. (형사역을 맡은 박성웅을 뺀다면) 다른 배우들은 자신의 기존 이미지에 기댄 정형화된 인물을 그리고 있죠. 하지만 고아성에겐 그런 고정 이미지가 없어요. 이전의 아역배우 이미지는 오래 전에 날아가버렸고요. 그러니 영화 내에서 어디로건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건데 이 기회가 정말 잘 살아있습니다. 지금까지 출연한 주류상업영화 중에선 첫 주연작인데 앞으로 한동안 대표작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  


기타등등
이 영화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건 교통묘사입니다. 영화에서 이미례는 서울에 있는 직장에 다니느라 힘들어하는 지방 소도시 거주자로 나와요. 하지만 그 지방 소도시는 부천입니다. 그것도 코 앞에 부천역이 있는 심곡동요. 직장은 용산에 있으니 그냥 1호선을 타고 용산역까지 가면 됩니다. 급행도 있어요. 충분히 다닐만 해요. 물론 영화에서 그린 것처럼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서 내려 버스를 탈 일도 거의 없을 거고요. 7호선을 타고 대림역까지 갔다가 2호선으로 갈아타고 신도림에서 내려 용산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긴 하겠지만 그 짓을 왜 합니까? 서울에서 집이 멀어 힘들다는 말을 하려면 동탄까지는 가줘야죠.



콘텐츠 제공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