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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맨: 바이킹과 늑대군단

   개요   :  액션, 모험

   개봉일   :  2022-08-31

   감독   :  클라우디오 파

   출연   :  라이언 콴튼, 제임스 노턴

   등급   :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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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에거스의 [노스맨]을 보고 왔습니다. [햄릿] 이야기에요. 그러니까 셰익스피어의 [햄릿]으로 유명해진 암레트 왕자의 이야기를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비욕과 종종 같이 일했던 아이슬란드의 시인 시온이 각본에 참여했고 덕택에 비욕의 카메오도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숙부를 죽여 복수하려는 왕자 이야기입니다. 서기 895년, 전쟁터에서 돌아온 아우르반딜 왕이 사생아인 동생 피욜니르에게 살해당합니다. 그 광경을 목격한 어린 암레트 왕자는 복수를 다짐하며 왕국을 떠납니다. 어른이 된 암레트는 아루드반딜왕이 고향에서 쫓겨나 아이슬란드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노예로 위장해 아이슬란드로 들어갑니다.


할리우드 영화나 [햄릿] 영화의 미화되고 화려한 과거 따위는 기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들 딱 그 시대 바이킹들이 살았을 법한 초라한 집에서 살고 그 시대 바이킹들이 입었을 거 같은 초라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로버트 에거스 영화가 아니랄까봐 영화에 나오는 모든 것들이 드럽고 축축합니다.


그리고 야만적입니다. 영화는 구시대의 야만을 감출 생각이 전혀 없어요.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살해당하고 토막나고 노예로 팔려갑니다. 그리고 영화 속 사람들은 딱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을 수준의 도덕의식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중후반까지는요. 그 때문에 종종 [동물의 왕국]을 보고 있다는 느낌도 들어요.


에거스의 전작이 그렇듯, 이 영화도 야만적인 과거를 살았던 주인공의 내면을 충실하게 그려냅니다. 암레트가 겪는 일이 실제로 물리적 우주에서 일어났는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지요. 그 체험 자체가 중요한 것입니다. 이들의 언어 역시 비교적 충실하게 재현되었고요. [더 위치]나 [라이트하우스]만큼 정확할 수는 없지요. 아무래도 번역이고 천년도 전인 옛날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영화가 주는 과거의 느낌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합니다. 공동각본가 시온의 역할이 컸겠죠.


그런데 영화는 중후반을 넘어가면 은근슬쩍 이 틀에서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의 '과거스러움'은 주로 북유럽 신화나 문학 그리고 전통에서 오지요. 그리고 그 대부분이 남자들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구드룬 왕비나 러시아인 노예 올가에게 드라마와 캐릭터를 주면서 단단해 보였던 북유럽 문학의 단순한 우주가 붕괴되기 시작합니다. 중반을 넘어서면 너무나도 당연했던 가부장 질서의 복구라는 목표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막판에는 이 모든 게 180도 뒤집혀 버려요.


셰익스피어 이전의 햄릿을 탐구하는 영화지만 그렇다고 셰익스피어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햄릿]의 많은 부분들이 시치미를 뚝 떼고 등장해요. 가끔 [맥베스]도 보이고. 그리고 영화의 후반이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처럼 보인 건 우연이 아니겠죠.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