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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개요   :  드라마

   개봉일   :  2024-08-28

   감독   :  신동일

   출연   :  류아벨, 조재경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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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은 오래간만에 나온 신동일의 신작입니다. 

이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이 영화의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은 여성 캐릭터 위주라는 거죠. 

신동일은 지금까지 자기 작품에서 남자들의 관계를 다룬 영화가 많아서 변화를 주고 싶다고 말한 모양인데, 정말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신동일 영화 중 남자 중심 이야기는 [방문자]밖에 없지 않던가요.


영화의 제목 [문경]은 제목이기도 하고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인 문경은 미디어아트 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 실력히 출중한 계약직 직원 초월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그리고 2박3일 휴가를 내서 초월의 고향인 문경으로 내려가요. 아, 문경의 고향은 경기도 광주 근처에 있는 초월입니다. 

이런 건 주로 연애영화 설정에 쓰이지 않던가요? 어떻게 보면 영화는 연애 장면이 잘려나간 연애영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건 감독의 의도는 아니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안 보일 수가 없습니다.


문경은 문경에서 동네 양아치들이 탄 바이크에 개가 치이는 걸 목격합니다. 

문경은 첫 만행을 떠났다가 길에서 그 사고를 목격한 비구니 지은과 함께 개를 구출합니다. 

개에게 길순이라는 이름을 지어 준 두 사람은 개 주인을 찾아주려고 동네를 돌아다닙니다.


신동일 영화 중에는 보기 드문 힐링 영화입니다. 

징글징글한 도시 사람들의 일상이 주는 스트레스와 상처에서 벗어나면 위안을 주는 시골의 자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작인 [청산, 유수]는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전 그 영화를 놓쳤습니다.


사실 중반 이후 영화가 편안해지는 건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자연도 좋지만 자연이 없었어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거 같습니다. 

문경이 중간에 만나 길동무가 되는 지은은 번뇌를 품고 있기는 하지만 갈등을 만들지는 않는 사람입니다. 

물론 시골이 낙원은 아니어서 그 안에서도 꾸준한 갈등이 일어나지만 문경과 지은은 외부인이니까요. 

그냥 사람들이 가장 힘들고 사람에게서 벗어나는 것만으로 마음이 치유되는 것이겠죠.


영화에서 캐릭터를 이어주는 존재는 강아지 길순입니다. 

복순이라는, 아주 사람 좋아하고 귀여운 멍배우가 연기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종종 길순과 다른 개들의 관점에서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그 때는 화면이 흑백조로 변하기 때문에 구별할 수 있어요.


영화는 길순을 일종의 요정 같은 존재로 그리는데, 그러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지만 좀 너무 나갔다는 생각을 합니다. 

길순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길순을 대하는 사람들의 행동은 좀 수상쩍은 구석이 있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한 가출한 개를 돌보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 개가 달아날까봐 걱정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개가 달아나는 걸 방치하지도 않겠죠. 

영화가 느슨한 힐링 영화의 흐름을 이어가는 동안 이 영화 속 사람들은 좀 이상하게 행동합니다. 길순과 관련되지 않은 부분도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문경이 문경에 온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초월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처음만난 비구니와 썸탈 시간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초월과 연락을 시도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전 보다 통속적으로 보이더라도 이 관계들을 정리하는 것이 더 그럴싸해보였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