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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쥬스 비틀쥬스

   개요   :  코미디

   개봉일   :  2024-09-04

   감독   :  팀 버튼

   출연   :  마이클 키튼, 위노나 라이더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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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쥬스]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팀 버튼 영화입니다. 

[유령수업]이라는 제목으로 출시되었을 때 6밀리 비디오 테이프에 녹화해놓고 마르고 닳도록 보았던 건 기억이 생생하네요. 

전 이 영화를 DVD와 블루레이 모두 갖고 있고, AFKN에서 틀어주던 [비틀쥬스] 애니메이션 시리즈도 꾸준히 챙겨봤어요. 

'왜 이 영화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보다 훌륭한가'를 입증하려고 주변 사람들에게 열변을 토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군요.

(왜 전혀 다른 두 영화를 그렇게 억지로 줄을 세워 비교하려 했었는지.)


이 영화는 그렇게까지 속편이 필요한 작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3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 상당수가 스타가 되어버렸고 비틀쥬스의 캐릭터도 인기를 얻어서 속편이 나오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단지 이게 그렇게 잘 풀리지 않았지요. 

계속 제목을 바꾸어가며 각본들이 나왔지만 현실화되지 못했고, 팀 버튼은 속편 만들 시간에 계속 애매한 것들만 만들었고, 

그 동안 가장 어렸던 십대 중반의 여자애 위노나 라이더도 50대가 되었고... 

어떻게 보면 그 속편이 [비틀쥬스 비틀쥬스]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진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입니다. 

전 이게 영영 만들어지지 않을 줄 알았어요.


영화가 시작되면 우린 위노나 라이더의 캐릭터 리디아 디츠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게 됩니다. 

여전히 유령들을 볼 수 있고 지금은 초자연현상을 다루는 히트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지요. 

한 번 결혼했지만 남편이 아마존 밀림에서 실종되었고 둘 사이에는 딸 아스트리드가 있습니다. 

이 아이는 엄마와 사이가 그렇게 좋지 못해요. 무엇보다 초자연현상을 믿지 않죠. 

그리고 리디아의 쇼를 제작하는 로리가 리디아에게 계속 추근거리고 있는 중입니다. 

아, 그리고 리디아는 최근 들어 비틀쥬스의 환영을 계속 보고 있어요.


영화의 본격적인 액션은 리디아의 아빠 찰스가 상어에게 물려 죽으면서 시작됩니다. 

리디아의 새 엄마 딜리아, 리디아, 아스트리드, 로리가 모두 1편의 무대였던 저택에 모입니다. 

단지 전작의 진짜 주인공이었던 메이틀랜드 부부는 집에 없습니다. 

드디어 지박령의 신세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알아냈던 거죠. 

(현실적인 이유는 배우들을 디에이징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비틀쥬스야 분장으로 커버할 수 있지만 메이틀랜드 부부는 그러기가 어렵죠.) 

여기서부터 소란스러운 일들이 일어납니다. 

로리가 리디아에게 청혼하고, 아스트리드에게 남자친구가 생기고, 

비틀쥬스는 다시 리디아와 결혼하기 위해 지상으로 올라가려고 하고, 여기에 또 비틀쥬스의 죽은 아내 돌로레스가 개입합니다.


이 이야기들이 아주 잘 봉합되었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좀 산만해요. 전편도 그렇지 않았느냐고요. 

하긴 타이틀롤이 주인공도 아닌 영화이긴 했어요. 

하지만 속편만큼은 아니었고 모든 게 봉합되는 결말에 이르렀을 때는 모든 게 수긍이 됐습니다. 

하지만 일단 속편은 나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러다 보니 별다른 역할 없이 퇴장하는 캐릭터들이 꽤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건 아무래도 돌로레스겠죠. 

당연히 더 근사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죠. 일단 모니카 벨루치잖아요!


그리고 영화는 좀 '요새' 속편 같습니다. 이야기가 이어지는 대신 '세계관' 안에서 변형되어 반복된다는 느낌이 들지요. 

한마디로 좀 팬픽 같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영화의 원안을 쓴 마이클 맥도월이 1999년에 사망했기 때문이었지요. 

그리고 이 영화의 각본을 쓴 작가 중 한 명이 바로 세스 그레이엄-스미스입니다. 

[오만과 편견] 캐릭터들과 에이브러햄 링컨을 주인공으로 좀비와 뱀파이어 이야기를 쓴 사람요. 

버튼을 위해 [다크 섀도우] 영화판의 각본을 쓰기도 했고.


전작의 팬들이라면 이 영화에 계속 등장하는 전작의 흔적들을 읽으며 즐거워할 수도 있겠습니다. 

가장 유명한 노래 두 곡이 다시 등장합니다. 

리디아의 의상과 같은 것들은 1편의 것들을 재활용하고 있고요. 

당연한 일이지만 모래 괴물과 같은 이전 괴물들과 캐릭터들도 다시 등장합니다. 

영화는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을 쓰기도 하지만 (돌로레스가 다시 복구되는 장면을 보세요) 대놓고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과 모형들을 쓰면서 전작의 분위기를 살립니다.


영화는 전작보다 더 어두워지기도 했습니다. 비틀쥬스는 전편에서도 좀 끔찍한 악당이긴 했습니다. 

일단 미성년자에게 추근대는 귀신이잖아요. 하지만 그 때는 이 악당을 일종의 동화적인 틀 안에 넣어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때의 사건을 보다 진지하게 바라봅니다. 아무래도 그 동안 시대가 변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당연한 이유로 스토킹은 그 동안 더 심각한 범죄로 여겨지게 됐죠. 

상대가 미성년자인 경우는 더욱 그렇고. 그러다 보니 이 영화 속 비틀쥬스는 보다 현실적인 악당의 분위기를 풍깁니다.


그 때문에 영화는 전작에는 없던 레이어가 생깁니다. 

그 대부분은 딜리아, 리디아, 아스트리드로 이어지는 모녀 관계의 묘사에 들어갑니다. 

단지 어머니가 되고 딸과 관계를 맺는 상황의 복잡성이 충분히 표현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드는데, 짧은 러닝타임과 페이스를 고려해 보면 어쩔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비틀쥬스의 비중이 어느 정도 이상 되어야 했을 테니까요.


여러 장단점이 있지만, 다 합쳐 놓고 보면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최근에 나온 팀 버튼 영화들 중 가장 팀 버튼스러운 즐거움을 주는 작품입니다. 

그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오퇴르의 개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소재이고, 아무리 개성 강한 오퇴르라도 리메이크와 프랜차이즈의 공장 안에서는 영혼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 오퇴르라는 사람의 개성과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소재는 꼭 그 사람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죠.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