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이미지
서브스턴스

   개요   :  스릴러

   개봉일   :  2024-12-11

   감독   :  코랄리 파르쟈

   출연   :  데미 무어, 마가렛 퀄리, 데니스 퀘이드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tumblr_2a15c2bf6ea06db55e7968eddfdfed2a_71b51973_640.jpg


엘리자베스 스파클은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자기 별이 있고 아카데미상도 한 번 받았지만 

명성이 한 물 간 뒤로 하고 있는 일이 텔레비전 에어로빅쇼밖에 없는 배우입니다. 

이러면 전 자동적으로 제인 폰다가 생각이 납니다. 하지만 이건 폰다에게 여러 모로 무례한 말이죠. 

할리우드에서 폰다만큼 노년을 잘 보내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까요.


하여간 코랄리 파르자의 [서브스턴스]는 엘리자베스가 거의 완벽한 할리우드 몸매를 보여주면서 에어로빅을 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나이 50에 저런 몸매라니 감탄이 나오죠. 

나중에 영화는 이 사람의 전신누드를 보여주면서 그 완벽함이 어느 정도 조작된 것이라는 걸 보여주지만 

그래도 대부분 관객들은 "그래서 뭐요?"라고 되물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 영화에서 엘리자베스를 연기한 데미 무어는 이미 예순을 넘겼단 말이에요.


엘리자베스는 50살 생일에 해고를 당합니다. 

방송국에서는 더 젊고 예쁜 여자를 찾고 있지요. 

저 같으면 그냥 해방이라고 생각할 거 같습니다. 

이미 벌어둔 돈도 있을 거고 연기로 돌아갈 수도 있을 거고.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지금 이 상황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엘리자베스에게 젊은 의사가 접근해 옵니다. 

그리고 서브스턴스라는 서비스를 소개하지요. 

거기서 준 약물을 주사하면 등의 가죽을 뚫고 젊고 아름다운 육체가 튀어나옵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원래의 몸은 새 몸에 안정제를 제공하지요. 

일주일이 지나면 다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야 하고요.


저 같으면 "안 할래!"하고 고함을 쳤을 거 같습니다. 너무 번거롭잖아요. 

새 몸이 마거릿 퀄리니까 엄청나게 예쁩니다. 하지만 관리하는 몸이 이제 두 개라니 좀 너무합니다. 

게다가 일주일 동안 존재할 수 없으니 스케줄 맞추기도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이 몸은 엘리자베스와 아무런 연관성도 없으니 처음부터 경력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엘리자베스는 새 몸에 수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신이 전에 맡았던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린 이 즐거움에 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 

이런 이야기는 수천 년 동안 만들어졌고 대부분 같은 결말로 가니까요. 

우린 그 파국이 언제 찾아올지도 알 수 있습니다. 섯달 그믐날 저녁 9시부터 시작되는 생방송요.


영화 내내 관객들이 내적인 비명을 질러댄다면, 

그건 80년대스러운 특수분장을 통한 바디호러적 요소보다는 엘리자베스와 수의 어리석음 때문일 겁니다. 

이 사람(들)은 만족을 모르고 절대로 가지 말아할 길을 골라서 갑니다. 

그리고 경로는 비가역적이란 말이에요. 

어느 단계를 넘어서면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습니다. 남은 건 화려한 자폭뿐입니다.


이 어리석음은 당연히 할리우드가 대표하는 연예계의 루키즘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결국 자기 혐오에 대한 이야기지요. 

미적지근한 자신의 경력에 실망한 엘리자베스는 두 번째 기회를 잡았을 때는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 더 끔찍하게 끝나는 같은 이야기의 반복일 뿐이죠.


파르자의 전작 [리벤지]가 그렇듯, 막 나가는 영화입니다. 

보통 이런 주제를 다루는 영화들은 정치적 균형에 어느 정도 신경 쓰면서 자기 검열을 하기 마련이죠. 

이 영화엔 그런 게 없습니다.  그 때문에 "저래도 되나?"라는 장면들이 마구 이어지고 

이게 영화의 메시지를 망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자기 파괴의 비극으로서 이 영화를 볼 때 이건 적절한 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