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 코미디
개봉일 : 2024-11-24
감독 : 에단 코엔
출연 : 마가렛 퀼리, 제럴딘 비스워너던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드라이브어웨이 돌스]는 에단 코엔의 단독 감독작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아요. 공동각본가인 트리샤 쿡과 공동감독작입니다.
에단 혼자만 감독으로 이름이 올린 건 코엔 형제의 영화에서 늘 조엘만 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이유와 같습니다.
감독 조합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서요.
트리샤 쿡은 [밀러스 크로싱] 때부터 코엔 형제와 편집자로 꾸준히 일해왔고, 에단 코엔의 아내입니다.
두 사람은 10여년 전부터 레즈비언 B 무비 삼부작 각본을 같이 써왔는데, [드라이브어웨이 돌스]는 그 첫번째 영화입니다.
원래는 2007년에 앨리스 앤더스의 감독으로 나올 계획이었는데 일이 잘 안 풀렸고 결국 부부가 직접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두 번째 영화인 [Honey Don't!]의 후반작업을 하고 있대요.
그 영화에서도 이 영화의 주연배우인 마거릿 퀄리가 나온다고 합니다.
영화의 시대배경은 1999년입니다.
막 여자친구의 집에서 쫓겨난 제이미는 친구 매리언이 플로리다의 탤러해시에 있는 친척 집에 간다는 걸 알게 되고 동승합니다.
이 두 사람은 드라이브어웨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이건 차 운송과 렌터카를 결합한 것이에요.
탤러해시에 배달되어야 하는 차를 편도 렌터카로 이용하는 거죠.
물론 이런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 작은 착오가 있었고 차 뒤 트렁크에는 맥거핀 두 개가 숨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무엇인지는 프롤로그로 짐작할 수 있지요.
코엔 형제가 아주 좋아하는 어떤 영화의 오마주 도구입니다.
전체 맥거핀의 기원은 당연히 로버트 올드리치의 [키스 미 데들리]가 아닐 리가 없겠죠.
이 영화에 나오는 이런 오마주들은 에단 코엔의 것일까요?
그런 거 같은데, 남의 공동창작에서 확신은 금물입니다.
설정만 보면 [키스 미 데들리]스러운 폭력의 연속일 거 같은데, 안 그렇습니다.
일단 이 영화에 나오는 악당들은 모두 머리가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주인공들이라고 특별히 똑똑하지는 않으며 영화 중반까지는 자기네 차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악당들이 워낙 갈팡질팡하니 후반까지는 아주 위험한 상황에 말려들지도 않아요.
아니, 이 영화에는 위험한 상황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두 주인공의 입장에서 보면 말이죠.
악당들 입장에서는 사정이 다를 수 있어요.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에게 중요한 것은 섹스와 연애입니다.
제이미는 여자친구에게 (매우 납득이 가는 이유로) 차였고 매리언은 한 동안 연애를 못했습니다.
영화 중반에 가면 둘은 서로와 연애와 섹스를 시도합니다.
이 과정이 맥거핀을 추적하는 악당들보다 영화에 더 많은 서스펜스를 넣어줍니다.
물론 넣어주는 건 코미디가 더 많지만요. 이 부분에서 영화는 러스 메이어의 영화들이나
비슷한 시절에 나온 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들을 연상시키고
몇몇 캐릭터의 나이를 이용해 실제로 그 시절의 영화들을 흉내내기도 합니다.
제이미와 매리언은 90년대 즈음에 DVD를 통해 갑자기 쏟아져 나오던 대체로
애매하고 수상쩍던 레즈비언 영화 속 주인공들을 연상시키는데,
이 각본엔 그 시대를 직접 살았던 쿡의 당사자 경험도 들어 있을 테니,
그냥 그 시대가 그랬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쿡와 코엔은 인터뷰에서 '하나도 안 중요한', '바보 같은'과 같은 표현을 자주 쓰던데,
정말 깊이 따위는 하나도 없고 가볍기 그지 없는 영화입니다.
엄청 독창적이 되려는 생각도 없고요.
그 냥 갖고 있는 재료로 킥킥 웃으며 1시간 20여분을 보낼 수 있는 코미디를 만든 거예요.
능청스러운 제이미나 소심한 매리언 모두 정말 귀엽기 짝이 없고,
막판엔 거의 완벽하기 짝이 없는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스트레스 받지 말고 편하게 보세요.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