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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풀 8

   개요   :  액션, 스릴러

   개봉일   :  2016-01-07

   감독   :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  사무엘 L. 잭슨, 커트 러셀, 제니퍼 제이슨 리

   등급   :  청소년관람불가



[헤이트풀8]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8번째 장편영화입니다. [데스 프루프]를 장편으로 치면 말이죠. 그러니까 제목만 따지면 타란티노의 [8과 1/2]인 셈입니다.

서부극, 적어도 서부극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남북전쟁 이후, 눈덮인 와이오밍의 벌판 한가운데에 있는 미니의 잡화점에 사람들이 모입니다. 둘은 현상금 사냥꾼이고 나머지는 카우보이, 남군 장군, 교수형 집행관, 자칭 보안관, 마부, 멕시코인 그리고 곧 사형선고를 받게 될 것이 분명한 여자.

서부극이라고는 하지만 벌어지는 일은 추리물에 가깝습니다. 타란티노에 따르면 존 카펜터의 [괴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군요. 커트 러셀을 현상금 사냥꾼으로 캐스팅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고요. 서부극, 추리물, SF가 팔레트 안에 멋대로 섞여 있는 영화인 겁니다.

줄거리만 보면, 한 시간 반 정도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은 간단한 이야기 같고 실제로 그렇습니다. 하지만 타란티노에게 진짜로 중요한 건 이야기가 아니라 그 이야기를 구성하는 벽돌과 그 벽돌들이 쌓여있는 상태 자체입니다. 물론 장르 다루는 방식 역시 노골적으로 뒤틀려져 있죠. 추리물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범인 찾기 과정은 수사의 논리를 일부러 피하고 있고, 서부극이지만 액션은 실내로 제한되어 있고 벌어지는 살인은 우리에게 익숙한 서부극식 결투와는 무관합니다.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또는 전혀 없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대사가 있는 인물 대부분은 모두 악당들이에요. 타란티노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건 희귀한 경우이죠. 그의 이전 영화를 보면 관객들이 지지할 수 있는 올곧은 사람이 최소한 한 명 이상 있습니다. 하지만 [헤이트풀 8]에선 다들 작정하고 막장이라 관객들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이들을 관찰하게 됩니다.

영화의 재료들은 추하기 그지 없습니다. 여성혐오와 인종차별은 이 영화에서 가장 굵직한 지지대이고 온갖 폭력들이 주변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있습니다. 그냥 간단히 죽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죽음에도 피와 기타 신체 일부를 스플레터 영화처럼 뿌리고 있고요. 이런 위악적인 태도는 악동스럽기도 하지만 주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등장인물의 입장과 상관없이 이 영화는 여전히 여성혐오와 인종차별에 동조하지 않죠. 단지 피해자들이 감상과 동정을 구걸하지 않고 권선징악을 그렇게 엄격하게 따르지 않을 뿐이죠. 하긴 편견과 제도의 피해자들이 모두 고결할 수는 없는 법이죠.

울트라 파나비전 70으로 찍은 영화입니다. 화면비율이 2.76:1이에요. 안 보신 분들은 [벤허]를 떠올리시면 되겠습니다. 나중에 블루레이로 보면 16:9 텔레비전 화면 위에서 그림이 가는 띠처럼 보일 겁니다. 정확하게 마스킹 된 거대한 스크린과 70밀리 필름을 모두 갖춘 곳에서 보면 인상적이겠죠. 하지만 그런 조건이 맞는 극장은 우리나라에 없습니다. 디지털 상영이라면 2.35:1 화면이 보장되는 와이드스크린 관에서도 위아래에 흐린 블랙바가 생기죠.

보통 이런 화면 비율의 경우, 사람들은 광활한 자연과 같은 거대한 그림을 기대하는데, 타란티노는 영화 대부분을 실내로 제한합니다. 그 때문에 공간의 연극적인 특성이 강조되지요. 고정된 카메라의 프레임 안에서 주인공이 방 한쪽 끝에서 다른 한쪽 끝까지 느긋하게 걸어갈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높은 해상도에서는 얼굴 클로즈업의 힘도 강화되겠지만 좁아터진 아트하우스관 맨 앞자리에서 2K 디지털로 영화를 본 전 그 효과를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이죠. 아, 이런 말을 해서 뭣해요. 능력도, 의욕도 없으면서 단독상영을 고집하는 CGV를 욕할 수밖에.



컨텐츠 제공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