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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라이더

   개요   :  드라마

   개봉일   :  2017-02-22

   감독   :  이주영

   출연   :  이병헌, 공효진, 안소희

   등급   :  15세 관람가



[싱글라이더]의 주인공 재훈은 증권회사의 지점장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였지만 지금은 전업주부인 아내 수진과 아들 진우를 호주에 보낸 기러기 아빠인 그는 어느 날, 부실채권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가족이 있는 호주로 날아간 그는 아내와 아들을 찾지만 이미 두 사람은 크리스라는 이웃남자와 가까운 사이이고 수진은 이미 호주에서 자기만의 삶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그들과 마주치기를 주저하며 주택가를 방황하던 그는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온 지나라는 한국 여자와 얽히게 됩니다.

일이 전부라고 생각했고, 그 일이 아무리 수상쩍다고 해도 회사를 위해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사는 것이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을 위한 일이라고 믿었던 한국 남자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의 이런 믿음은 영화 도입부에 박살이 납니다. 믿음 뿐만이 아니라 가장으로서의 위치도 날아가버렸죠. 이 상황에서 존재론적 고민을 겪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이 상황에서 자신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영화는 이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장르적인 트릭을 넣습니다. 반전을 깔고 있지만 굉장히 고전적인 것인 틀이라서 초반부터 이 설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치챈 관객들도 많을 거예요. 물론 반전의 충격을 노리고 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위 문단에서 이미 설명한 재훈의 상황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장치에 가깝지요. 하지만 그걸 고려한다고 해도 그 틀이 너무 선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기성품 틀을 쓰면 하려는 이야기가 어쩔 수 없이 작아지게 되고, 무엇보다 반전과 설명이 없어도 재훈의 위치는 별로 달라지는 게 없거든요!

교과서적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일단 주제를 잘 세웠습니다. 재훈과 주변 사람들의 번민은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그려졌습니다. 기성품 '틀' 역시 장황한 설명 없이 이해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짜놨고요. 이병헌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 역시 잘 조율되었습니다. 잘 만든 영화예요. 하지만 너무 잘 계산되어 있기 때문에 보는 동안 종종 갑갑하기도 합니다.


컨텐츠 제공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