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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드

   개요   :  드라마, 멜로/로맨스

   개봉일   :  2017-11-02

   감독   :  방은진

   출연   :  박성웅, 윤승아, 오승훈

   등급   :  15세 관람가



방은진의 [메소드]에 나오는 [언체인]이라는 희곡은 실제로 있습니다. 월터니, 싱어니 하는 영어 이름을 단 (오글오글!) 사람들이 나오긴 하지만 한국 작품인 모양이에요. 방은진에게 연출 제안이 간 모양인데, 연극을 연출하는 대신 이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이야기를 대신 만드는 것으로 계획이 바꾸었다고 하더군요. 이게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메소드]는 여러 모로 끔찍한 영화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정보만 가지고는 [언체인]이 어떤 희곡인지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지요.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는 명쾌한 설정을 갖고 있고, 그 때문에 화제를 모았던 작품입니다. 남자주인공은 메소드 연기로 유명한 연극배우인데 아이돌 출신의 신인배우와 퀴어 소재 연극 [언체인]을 연습하다가 상대배우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런데 이 감정이 어느 정도까지 진짜일까요. 

전에도 여러 번 말했지만 연극 무대에서 감정이 헛갈리는 배우 이야기는 보기만큼 좋은 소재는 아닙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그 명쾌해보이는 상황을 앞뒤가 맞고 그럴싸한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게 쉽지가 않다고요. 오로지 예고편에서만 그럴싸한 설정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이 설정을 가져온 것만으로 이야기가 끝났다고 생각해버리죠. 이 영화는 엔드 크레디트까지 포함해서 82분밖에 안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길게 느껴지고 이야기도 늘어지며 결정적으로 말이 안 됩니다. 한마디로 설정 빼면 내용이 없기 때문에 기본 설정에 갇혀 헐떡거리는 거죠. 

영화는 퀴어 소재를 다루는 최악의 길을 택하고 있습니다... 아니, 최악은 아니고 끝에서 한 네 번째 정도는 되겠죠. 철저하게 타자 관점에서 캐릭터들을 오로지 탐미적인 대상으로만 보는 것입니다. 당연히 당사자의 목소리는 없고 캐릭터들은 거의 포르노적으로 규격화된 설정에 끌려다닙니다. "아무개와 아무개가 뭐뭐하는 것을 봤으면 좋겠다" 이상의 어떤 내적 논리도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당연히 그 결과물은 방은진이 만든 영화 중 가장 공허한 작품입니다. 방은진의 이전 영화들엔 아무리 극단적인 상황에 빠져도 공감이 가능한 캐릭터가 한 명 이상 있었죠. 이 영화는 그런 공감이 불가능합니다. 허수아비들만 나오니까요. 

메소드 연기가 주제이니 배우들의 연기를 기대해야 할 것 같지만... 그럴 수가 없죠. 아무리 배우들이 메소드 연기를 해도 살릴 수 없는 캐릭터들만 나와요. 배우들은 모두 자기 역할이 불편한 거 같고 상호간 화학반응도 찾을 수 없는데, 역시 당연한 일입니다. 이게 어떻게 연기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겠습니까. 차라리 이게 메소드 연기에 대한 야유섞인 농담이라면 좋겠는데 (실제로 그렇게 읽힐 수도 있는 익숙한 결말을 갖고 있으니까요)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겐 그런 걸 할 만한 담력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