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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스패로

   개요   :  스릴러

   개봉일   :  2018-02-28

   감독   :  프란시스 로렌스

   출연   :  제니퍼 로렌스, 조엘 에저튼,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등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프랜시스 로렌스의 [레드 스패로]는 60년대 숀 코너리 007 영화에 나올 법한 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합니다. 섹스와 심리조작을 가르치는 러시아의 스파이 학교요. 영화에서 벌어지는 사건도 6,70년대 에스피오나지 영화나 소설에서 우리가 반복해 보았던 이야기들과 크게 다를 게 없어요. 전형적인 냉전시대 스릴러인데, 시대배경이 현대인 거죠. 정말 요새도 그럴까요?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 영화의 원작자 제이슨 매튜스는 30년 넘게 CIA에 있었다니 이 동네 사정을 저보다는 잘 알겠지요. 소설은 안 읽었지만 첩보세계의 디테일이 풍부하다는 말도 들었어요. 지금 당장은 읽을 생각이 없지만요. 

영화의 주인공은 도미니카 에고로바라는 볼쇼이 발레단 소속 발레리나예요. 다리 부상으로 발레를 그만 둔 도미니카에게 러시아 첩보기관에서 일하는 삼촌 이반이 찾아와 유명한 정치가 한 명을 유혹해달라고 요구합니다. 돈이 궁했던 도미니카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데, 알고 봤더니 이건 그 정치가를 암살하려는 작전이었던 거죠. 이 사건의 유일한 증인이 된 도미니카는 어쩔 수 없이 스패로라는 첩보원을 양성하는 학교로 들어갑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스패로가 뒤에는 마블이라는 암호명으로 알려진 CIA의 이중첩자인 고위관료의 정체를 밝히라는 임무를 받고요. 

물론 [레드 스패로]의 세계는 우리가 익숙한 냉전시대 이야기의 세계와는 좀 다릅니다. 냉전은 끝났고 철의 장막도 없죠. 당연히 뉘앙스의 차이가 있습니다. 주인공들의 동기는 바뀌었고 첩보업무는 조금 더 일상적이 되었죠. 하지만 큰 드라마와 재료는 여전히 신기할 정도로 냉전 이야기예요. 사디스틱한 암살자, '자유로운 미국'을 부러워하는 소련, 아니, 러시아의 이중 스파이, 스파이 교환, 이중삼중의 배반. 다 있죠. 여전히 이런 게 당연한 곳일지는 몰라도 전 좀 다른 걸 보고 싶었습니다. 

도미니카의 이야기는 양면을 갖고 있습니다. 표면적인 내용은 어쩌다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불운하지만 강인하고 영리한 여자가 스스로를 단련시켜 위기상황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 위기상황의 설계와 묘사가 아주 선정적입니다. 이는 영화를 보는 동안 꾸준히 나오는 강간, 모욕, 폭력, 고문 장면들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죠. 전 프랜시스 로렌스가 이 장면들을 외설적으로 만들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상황의 선정성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니퍼 로렌스의 스타 파워가 없으면 이 영화는 움직이지 못했을 겁니다. 이 착취적인 상황에서 도미니카가 끝까지 위엄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로렌스의 존재감 때문이죠. 배우로서 탐을 낼 법한 역이었어요.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