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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림: 업라이징

   개요   :  액션, SF

   개봉일   :  2018-03-21

   감독   :  스티븐S.드나이트

   출연   :  존 보예가, 스콧 이스트우드 등

   등급   :  15세 관람가



[7년의 밤] 시사회를 보러 용산 CGV에 갔었는데, 영화가 워낙 꿀꿀하고 뒷맛이 안 좋아서 눈 씻는 기분으로 같은 상영관에서 오늘부터 상영하는 [퍼시픽 림: 업라이징]을 보았습니다. 보기 전에 별 기대는 없었어요. 심지어 리뷰할 생각도 없었죠.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오타쿠 놀이는 사랑스럽지만 한 번으로 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영화부터는 감독과 캐릭터도 바뀌었고요. 근데 예상보다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영화의 시대배경은 1편으로부터 10년 뒤. 1편의 스태커 펜타코스트의 아들 제이크는 캘리포니아의 폐허에서 뜨내기처럼 살다가 고철들을 모아 혼자 작은 예거를 만든 아마라라는 여자아이를 만납니다. 두 사람은 체포되어 모두 예거 파일럿 아카데미에 들어가요. 제이크는 교관이 되고 아마라는 생도가 되고. 그런데 갑자기 정체불명의 예거가 호주에 나타나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듭니다.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그게 뭔지는 중반 이후에야 밝혀지고요. 

[퍼시피 림] 전작보다는 [트랜스포머]에 더 가깝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좀 심한 말이네요. 전작과 분위기와 이야기가 많이 다르긴 합니다. 델 토로의 영화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트랜스포머]라니. 그건 아니에요. 마이클 베이의 최근 영화들과는 달리 이 영화에는 쉽게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들과 의미있는 스토리와 꽤 그럴싸한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이 아이디어 중 가장 좋은 건 원작을 생기없이 모방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찾으려 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에 필요하면 전작 캐릭터와 설정도 마구 쓰고요. 덧붙이고 싶은 게 있으면 마구 덧붙이고요. 그 때문에 대반전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용감하다는 생각이 드는 국면전환이 여러 번 나옵니다. 여전히 예거와 카이주가 도시에서 치고받는 이야기인데 전편과는 완전히 다른 자기 방향으로 가는 거죠. 

캐릭터는 어떻게 보면 원작보다 더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 마코 모리가 불필요하게 구박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성 대표로 나오는 사람은 불안해해서도 안 되고 실수해서도 안 된다는 관객들의 논리) 그래도 영화가 이 캐릭터를 다루는 걸 보면 아슬아슬하잖아요. 이 영화에는 그게 없습니다. 캐릭터들이 단순화된 것일 수도 있지만 더 매력적이고 호탕하죠. 특히 아마라는 정말로 모두가 좋아하라고 만든 캐릭터이고 그게 진짜로 먹힙니다. 아, 그리고 아마라의 예거 스크래퍼도 정말 잘 썼어요. 이 영화의 장점 중 하나는 클라이맥스를 일방적인 예거와 카이주의 레슬링으로만 끌어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적당한 위기와 적당한 아이디어와 적당한 협업이 적당한 조화를 이루며 뒤끝없고 깔끔한 결말로 이어지는데 좋더라고요.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