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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플레이스

   개요   :  서스펜스, 공포

   개봉일   :  2018-04-12

   감독   :  존 크래신스키

   출연   :  에밀리 블런트, 존 클신스키, 노아 주프, 밀리센트 시몬스

   등급   :  15세 관람가



존 크래신스키의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1950년대 할리우드 괴물영화를 M. 나이트 샤말란 식으로 푼 호러영화입니다. 이 정도면 꽤 그럴싸하게 설명이 가능할 것 같아요. 

시대배경은 몇 년 뒤의 미래입니다. 지구는 외계생명체의 습격을 받았어요. 그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생존자들은 도시를 뿔뿔이 흩어졌지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모르겠어요. 그 괴물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이길래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도 잘 모르겠고. 

사실 영화는 이 괴물에 대해 그렇게 분명한 정보를 주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 다음과 같죠. 이들은 장님입니다. 하지만 엄청나게 귀가 밝아서 아주 작은 소리에도 반응해요. 이들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어디서 왔는지, 물리적 특징은 어떻게 되는지... 우린 모릅니다. 당연한 것이 이들을 이치에 맞게 설명하는 건 그냥 불가능하거든요. 이들은 일종의 게임 벌칙처럼 존재하는 존재들입니다. 우리의 주인공들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최대한 소리내지 않고 조용히 버티는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근방에 있는 괴물이 튀어나와 그들을 잡아먹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름이 나오지 않는 4인 가족입니다. 엔드 크레딧엔 이름이 밝혀지지만 사실 별 의미가 없죠. 하여간 부부, 딸, 아들로 이루어진 이들은 원래 다섯 명이었지만 몇 달 전에 막내인 아들을 잃었고 엄마는 임신해서 출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외딴 농장에 정착했는데, 그 근처에도 괴물들이 있어요. 이들은 괴물이 없는 곳을 찾아 떠나는 대신 (그런 곳은 그냥 없나봐요) 거기서 머물면서 최대한 조용히 지내고 있습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굉장히 효과적인 관객참여형 영화입니다. 영화의 설정 자체가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고 있죠. 다른 영화를 볼 때는 팝콘도 먹고 콜라도 빨던 관객들도 이 영화를 볼 때는 엄청나게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소리를 내면 큰일 날 것 같다는 긴장감이 들고 약간의 소리라도 내면 죄책감이 들죠. 이런 긴장이 90분 정도의 러닝타임 내내 계속됩니다. 

이 안에서 벌어지는 게임 역시 효율적이기 짝이 없습니다. 물론 깊이 생각하면 좀 이상합니다. 하지만 '소리내지 마!'라는 강력한 설정이 무엇보다 먼저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주인공들에 공감하며 그들의 게임을 따라가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 게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새로운 조건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어요. 

영화는 의외로 가족드라마로도 성공하고 있습니다. 크래신스키는 이 영화를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한 은유하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대사가 거의 없는 영화인데도 가족내의 갈등과 고민을 상당히 깊이 다룹니다. 여기엔 인류가 망해가는 상황에서 아기를 낳는 상황에 대한 고민도 있고, 귀가 들리지 않는 딸의 갈등도 있으며, 죽은 아이에 대한 죄책감도 있습니다. 이들이 도구로 쓰이는 대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스토리의 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샤말란 이야기를 꺼낸 것도 이 때문이었는데요. 

이상한 설정의 영화지만 그래도 여전히 SF입니다. 1950년대 미국 괴물영화들의 설정이 아무리 이상해도 최대한 과학적인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처럼, 이 영화도 그렇게 합니다. 그 때문에 결말의 해결책이 지나치게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렇다고 불평할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아무리 암담한 상황이라도 최대한 이성적인 답을 찾으려는 태도를 트집잡을 수는 없지요.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