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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개요   :  액션, SF

   개봉일   :  2018-05-24

   감독   :  론 하워드

   출연   :  엘든 이렌리치, 에밀리아 클라크, 우디 해럴슨, 폴 베타니

   등급   :  12세 관람가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는 영웅기원담입니다. 어떻게 코렐리아의 좀도둑이 우리가 아는 한 솔로가 되었나. 그 이름은 어디에서 왔나. 어떻게 츄바카와 친구가 되었나. 어떻게 밀레니엄 팔콘을 넣었고, 케셀 런은 도대체 뭔가. 이 영화에서 모두 설명이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게 궁금하셨나요? 한 솔로는 그렇게까지 과거가 궁금한 사람이 아닙니다. 물론 궁금한 사람들이 없지는 않아서 한 솔로를 주인공으로 한 [스타워즈] 소설들이 나왔겠지만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가 아는 한 솔로는 [새로운 희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그냥 이기적인 건달이었다는 게 오리지널 삼부작의 한 솔로 서사지요. 다시 말해 케셀 런이건 다른 무엇이건 그렇게까지 필요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솔로] 영화는 만들어졌어요. 기왕 [스타워즈] 우주를 확장하기로 결정했으니 기존 인기 캐릭터들의 뽕을 뽑으려는 시도인 거죠. 당연히 캐릭터가 먼저이고 이야기는 다음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 이야기는 시간에 쫓기며 좀 성급하게 만들어진 거 같아요. 아무리 작가가 로렌스와 조나단 캐스단이라고 해도 할 말은 해야죠. 

이야기는 좀 열차강도가 주인공인 서부극 같습니다. 종종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 생각도 났어요. 코렐리아에서 달아나려고 얼떨결에 제국군에 입대한 한 솔로는 토바이어스 베켓이라는 악당이 이끄는 범죄단에 들어갑니다. 강도질을 일삼던 도중 같이 코렐리아를 떠나려 했지만 잡혀 끌려갔던 여자친구 키라가 지금은 드라이든 보스라는 악당 밑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뒤로도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는데, 스포일러입니다. 엄청나게 놀라운 반전을 갖고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모르고 보는 게 좋아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영화 전체가 잉여입니다. [로그 원]과는 달라요. [로그 원]은 [새로운 희망] 앞에 넣으면 찰칵하고 들어가고 뒤의 영화의 의미가 더 커지지 않습니까. 하지만 [한 솔로]는 그냥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됩니다. 케셀 런에 대해 드디어 알게 되긴 했는데, 뭔가 대단한 걸 알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그냥 좀 편하게 쓴 팬픽을 보는 기분이에요. 기존 시리즈의 대사들을 뒤집은 농담들도 그렇고. 

액션물로서 영화는 괜찮기도 하고 밍밍하기도 합니다. 일단 호흡과 리듬감은 상당히 좋고 아이디어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과 위기가 순전히 해결되기 위한 문제로만 존재합니다. 이최근 슈퍼히어로가 나오는 SF 판타지 영화 액션신 대부분이 비슷한 문제를 공유하고 있죠. 그 세계의 물리법칙을 마구 바꿀 수 있는 절대자 작가 마음에 따라 액션의 결과가 결정된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모든 게 지나치게 편리해요. 

올든 에런라이크의 솔로는 어땠느냐. 전 괜찮았습니다. 단지 해리슨 포드의 한 솔로와 억지로 연결시키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전 끝까지 못 했어요. 그냥 다른 사람이려니 하고 봤습니다. 도널드 글로버의 랜도 칼리시안은 보다 잘 연결되는데, 그래도 연결성보다는 배우 자신의 매력을 보는 게 낫습니다. 캐스팅은 대부분 괜찮은데, 에밀리아 클라크는 남자들 이야기에 끼인 홍일점이 종종 그렇듯 종종 병풍이 됩니다. 남자들을 구경하거나 그들에게 리액션 연기를 하는 장면이 지나치게 많아요. 

나쁘지 않아요 종종 향수를 자극하는 킬링 타임 오락용으로 괜찮습니다. 원작을 너무 의식하지 않으면 캐릭터들도 자체적인 매력이 있고요. 말이 나왔으니 한 솔로가 주인공인 프리퀄이 엄청난 걸작이 될 가능성은 없지 않습니까. 시간에 쫓기며 숙제하듯 성급하게 만들어진 영화라는 걸 생각하면 이 결과물은 괜찮습니다. 결말이 열려있으니 앞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면 이 새로운 솔로 이야기도 자기만의 이야기와 개성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새로운 희망]을 너무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갔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