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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개요   :  홍콩, 중국

   개봉일   :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감독   :  관금붕

   출연   :  정수문, 양영기

   등급   :  -



관금붕의 신작이 나왔어요. 당연히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그 영화를 중심으로 시간표를 짰지요. 좋은 영화였냐고요?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본 것을 후회하거나 그러지는 않았고 더 나은 상영조건에서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매우 관금붕스러운 영화이기도 했고요. 

영화의 제목은 [초연]입니다. 初演요. 중국어 원제는 [8個女人1台戲], 영어 제목은 [First Night Nerves]. 당연히 연극 무대를 올리는 사람들 이야기예요. 트랜스 여성인 안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연극 제목은 [두 자매]. 제목만 봐도 두 여자스타 중심인 내용이죠. 주연배우들도 실제로 라이벌이에요. 슈링은 결혼 후 잠시 은퇴했다가 남편이 비행기 사고로 죽자 무대로 돌아왔지요. 유웬은 반대로 떠오르는 스타이고 이 연극 무대를 통해 자신의 연기력을 입증받고 싶어하죠. 

당연히 관객들은 이 두 배우(캐릭터건 실제 배우이건)가 기싸움 장면을 통해 현란한 연기대결을 펼치길 바랄 텐데, 의외로 그런 장면이 별로 없습니다. 사실 두 사람이 함께 나오는 장면도 생각만큼 많지 않아요. 모두가 화해하고 끝나는 결말 부분에서도 두 사람이 갈등관계이긴 했나, 라는 생각이 들고요. 이런 종류의 영화가 모두 기싸움을 다루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영화의 구심점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두 캐릭터의 비율도 조금 애매한 편입니다. 심지어 이건 영화 속에서도 언급하고 있어요. 유엔이 자신의 대사가 슈링의 절반밖에 안 된다고 투덜거리는 장면이 나오죠. 차라리 슈링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갔다면 좋았을 것도 같아요. 스토리와 사연이 더 많고 다른 캐릭터들 상당수가 슈링을 중심으로 모여있으니까요. 

영화는 무대 기싸움 대신 이 연극에 참여한 수많은 여자들의 사연과 관계를 보여주는 데에 더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우선 주연배우 둘이 있어요. 그들에겐 매니저가 한 명씩 붙어 있고. 그리고 제작자와 다들 푸공자라고 부르는 재벌 상속녀(이 캐릭터의 설정 일부는 우리나라에서도 해외토픽으로 돈 실제 뉴스에서 따온 거 같아요)가 있는데, 제작자는 슈링의 죽은 남편 누나이고 푸공자는 12살 때 슈링의 무대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슈링을 사모하고 있지요. 영화가 끝날 무렵이면 관객들은 이들에 대해 기대 이상으로 훨씬 많은 것들을 알게 되지요. 

그래도 역시 슈링 중심의 이야기예요. 남편을 비행기 사고로 잃었는데, 그 인간은 비행기에 미국에서 사귄 백인 여자애인과 같이 있었고 미국엔 딸이 둘이나 있었다네요. 슈링은 그 지저분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 기만에 빠져 있고요. 그런 슈링을 지지하고 보호해주는 푸공자와의 관계는 이 영화의 로맨스 역할을 담당하는데, 솔직히 무대 이야기보다 더 눈에 들어옵니다. 

영화는 자기반영적이기도 합니다. 작품 속에 언급되는 작품 몇몇이 관금붕의 이전 영화와 은근슬쩍 닮아있기도 하고요. 변화 또는 쇠락해가는 홍콩 영화계에 대한 서글픔이 여기저기 녹아 있기도 해요. 그렇다고 '옛날이 좋았지'식 청승으로 빠지는 건 또 아니고 나름 씩씩하게 미래를 그려보이고 있어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아주 좋은 영화는 아니에요. 캐릭터와 캐릭터의 관계는 충분히 탐구되지 못했고, 드라마는 시작도 하기 전에 봉합되었고, 영화의 유머는 90년대 쯤에서 멈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이루는 조각들은 생각보다 매력적이예요. 이 조각들로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지금은 좀 애매하네요.


출처 : 네이버 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