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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Girl)

   개요   :  드라마

   개봉일   :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봉작

   감독   :  루카스 돈트

   출연   :  빅터 폴스터, 발렌타인 디에넨스, 아리에 워설터

   등급   :  -



라라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습니다. 조금 늦게 시작하긴 했어요. 지금 시작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탑은 못 되겠지요. 하지만 정말로 하고 싶은 걸요. 늘 꿈꾸어왔고 다른 삶을 상상하는 것도 힘듭니다. 라라는 시험을 쳐서 좋은 무용학교에 입학했고 필사적으로 연습하면서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을 따라잡기 시작합니다. 

여기엔 정보가 하나 빠져 있습니다. 라라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빅토르라는 이름의 남자아이였고 지금은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으며 몇 년 뒤에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라라는 이 비밀을 학교 친구들과 선생들에게 감추고 있을까요? 아뇨. 루카스 돈트의 [걸]은 그런 영화가 아닙니다. 영화 초반에 학교의 모든 사람들이 라라의 상황에 대해 알고 있다는 정보가 가볍게 흘러나오는 부분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 전 좀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하긴 다른 이야기를 할 때도 되었죠. 영화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그렇다고 해서 라라의 이야기가 힘겹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익숙한 멜로드라마 하나를 버렸을 뿐, [걸]은 정말로 힘겨운 단계를 통과하는 아이의 이야기예요. 뒤늦은 진도를 따라잡는 건 정말로 어렵고, 발레리나가 되는 훈련을 받으면서 수술에 대비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요. 아이들이 모두 라라가 누구인지 알고 있고 나름 관대하게 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이들과의 관계가 아주 좋기만 할 수는 없고요. 라라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정말 애가 걱정이 됩니다. 암만 생각해도 저 단계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정신적으로건, 육체적으로건 뭔가 터질 거 같단 말이죠. 

거의 오싹한 사실주의가 [걸]이라는 영화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라라와 라라의 주변 환경이 너무나도 사실적이고 세세하게 묘사되기 때문에 영화에는 손쉬운 탈출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조금만 삐끗해도 거짓말이 될 테니까요. 라라나 영화나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어요. 다행히도 영화는 라라의 삶에 대해 미리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영화가 어떻게 끝나건 라라에겐 아직 시간과 가능성이 남아있습니다. 그 모두를 잘 활용하길 바랄 뿐이죠.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