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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킬러

   개요   :  액션, 스릴러

   개봉일   :  2018-12-06

   감독   :  도노반 마시

   출연   :  제라드 버틀러, 게리 올드만

   등급   :  15세 관람가



[헌터 킬러]라는 영화를 보았어요. 사전정보는 제라드 버틀러가 나오는 잠수함 영화라는 것이었죠. 버틀러는 저에게 그렇게까지 매력적인 배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아요) 전 잠수함 영화는 웬만하면 챙겨보죠. 영화를 다 보고 검색해봤는데, 원작소설이 있더군요. 

30년 전이라면 톰 클랜시가 썼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냉전 시대가 끝나서 적이 소련 대신 러시아의 쿠데타 세력으로 바뀌었을 뿐이에요. [크림슨 타이드]의 설정과 비슷한데, 더 말이 안 됩니다. 사실 [크림슨 타이드]도 그렇게 말이 되는 설정은 아니었겠지만 미국측만 다루었기 때문에 무리함이 덜 드러났지요. 이 영화는 러시아측 비중이 꽤 높기 때문에 무리하는 티가 팍팍 납니다. 일단 불가리아에서 찍은 러시아 장면이 아주 조악해요. 요새는 다들 지키는 언어의 사실성도 대충 무시하고 있어서 영화 속 러시아 사람들은 영어와 러시아를 어색하게 섞어 씁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러시아 인근에서 캣 앤 마우스 게임을 벌이던 미국과 러시아의 잠수함 두 척이 거의 동시에 침몰해요. 미국에서는 침몰한 잠수함을 찾아 생존자를 구출하기 위해 글래스 함장이 지휘하는 잠수함 헌터 킬러를 급파합니다. 알고 봤더니 이 모든 건 러시아 대통령을 감금하고 군을 장악해 미국과 전면전을 벌이려는 미치광이 군인들의 음모였던 거죠. 그래서 얻는 게 뭔지는 원작소설에 나와있으려나요? 하여간 미국에서는 얼마 전에 파견된 네이비 실 요원을 투입해 러시아 대통령을 구출해서 헌터 킬러로 데려온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이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사람이 한 명 있었으니, 그 사람은 바로... 

톰 클랜시 이야기를 했는데, 이야기의 퀄리티는 클랜시의 평균보다 훨씬 떨어집니다. 밀리터리 고증이 얼마나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이야기가 너무 편리하게 구성되어 있어요. 이곳 저곳에서 꾸준히 사건이 터지긴 하는데, 이것들이 모두 잠수함과 네이비 실 주인공들이 비싸고 멋진 전쟁 기계들을 갖고 액션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판인 것입니다. 그것도 이미 합을 맞춘 가짜 게임요. 이 영화에서는 그냥 사고가 거의 없어요. 주인공에게 예측하지 못했던 사고가 일어나면 반드시 후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이 됩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했지만 설정 자체가 그렇게까지 설득력 있는 편이 아니고요. 

영화를 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감정은 자뻑입니다. 미국 최고의 메시지도 당연히 있지만, 그보다는 직업 군인의 자존심이 강해요. 커다랗고 멋진 전쟁 기계를 갖고 지구 문명의 미래를 결정하는 어마어마한 일을 하는 자기네가 너무나 멋있는 거죠. 그리고 '자기네'에는 종종 러시아측 군인들도 포함됩니다. 전쟁 영화를 많이 보신 분들은 이런 감정과 관계에 익숙하실 텐데, 그래도 오글거리지 않는 건 아닙니다. 안 오글거릴 수가 없어요.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