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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샷

   개요   :  코미디

   개봉일   :  2019-07-24

   감독   :  조나단 레빈

   출연   :  샤를리즈 테론, 세스 로건

   등급   :  15세 관람가



[롱 샷]을 보고 왔습니다. 차기 대통령 자리를 노리는 국무장관과 전직 기자의 연애 이야기더군요. 90년대스러운 설정이지요. 당시엔 이런 영화가 많았잖아요. 백악관 배경의 영화도 많았고 로맨틱 코미디도 많았지요. 다른 점이 있다면 성전환되었다는 것이죠. 국무장관 샬롯 필드가 여자이고 기자인 프레드 플라스키가 남자예요. 둘은 샬롯이 프레드의 베이비시터였던 옛날옛적에 알던 사이였지요. 둘은 프레드가 직장을 그만 둔 날 우연히 만나고, 샬롯은 프레드에게 연설작가 자리를 줍니다. 

포스터에는 [웜 바디스]의 감독이 만들었다는 걸 홍보하고 있는데, 이게 큰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보다는 각본가인 댄 스털링이 더 중요한 사람이 아닐까요. 역시 세스 로겐이 나왔던 악명높은 코미디 [인터뷰]의 작가지요. [더 포스트]의 리즈 한나가 공동각본가로 크레디트에 올라와 있는데, 스털링의 원래 각본을 다시 쓰면서 여자들 쪽 입장을 첨가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내용을 보면 그런 작업이 필요했던 거 같고. 리즈 한나가 어디를 손 보았는지도 알 거 같아요. 

영화가 좀 자기분열적이에요. 영화는 분명 대선에 도전하는 여성 정치가들에게 쏟아지는 부당한 공격과 편견에 맞서고 있어요. 성전환의 작업은 이를 강화시키기 위한 도구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남자들의 판타지이기도 해요. 그 때문에 여자주인공 샬롯 필드는 영화 내내 왔다갔다 합니다. 어떤 때는 미국 여성 정치가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현실적인 존재예요. 하지만 어떤 때는 남자들의 판타지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쿨 걸'이죠. [나를 찾아줘]의 에이미가 이런 캐릭터를 완벽하게 설명하고 있죠. 

무엇보다 샬롯의 상대인 프레드의 비중이 너무 크죠. 아무리 샬롯이 대단한 존재여도 [롱 샷]은 결국 프레드의 영화입니다. 그리고 비슷한 입장에 놓인 여자들에 비해, 영화는 프레드에게 지나치게 관대합니다. 프레드는 열심히 아름다울 필요도 없고 엄청난 사고를 친 뒤에도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되지요. 아직까지, 할리우드에서는 성전환 작업을 해도 남자들에게 유리해요. 여자들은 고민이 더 늘고, 남자들은 이전보다 더 대충 살아도 되지요.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