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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 아스트라

   개요   :  SF

   개봉일   :  2019-09-19

   감독   :  제임스 그레이

   출연   :  브래드 피트

   등급   :  12세 관람가



[애드 아스트라]는 제임스 그레이의 첫 SF 영화입니다. 브래드 피트의 첫 SF라는 말도 돌던데, 피트는 이전에 [12 몽키스]를 찍은 적 있지요. 그걸로 오스카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잊으신 건 아니시겠죠.

SF버전 [암흑의 핵심]입니다. 주인공인 로이 맥브라이드는 우주인인데, 아버지인 클리포드 맥브라이드는 우주의 지적생명체를 찾으려는 리마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해왕성에서 실종되었습니다. 그러다 해왕성에서 일어난 이상현상 써지로 지구는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되고, 배흐에 클리포드 맥브라이드가 있다고 확신한 정부에서는 아버지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로이를 파견합니다. 처음엔 통신이 가능한 유일한 지역인 화성까지만 갈 계획이었겠지만, 앞에서도 말했잖아요. [암흑의 핵심]이라고.

[애드 아스트라]는 지금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고 있는 영화인데, 전 좀 밍밍하게 보았습니다. 남들은 좋아하는데 그게 그렇게 와닿지 않는 영화들이 있잖아요. 저번에 나온 [블레이드 런너]의 속편도 그랬는데, 저에겐 이 영화가 그런 부류입니다.

잘 만들긴 했어요.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캐스팅도 잘 되었습니다. 저중력 묘사는 여전히 무시되고 있지만, 달, 화성, 우주선, 해왕성 궤도로 이어지는 SF 우주의 묘사도 뛰어나고요. 전 SF 영화로서 주제도 잘 잡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SF로서 영화가 그렇게 만족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암흑의 핵심]의 스토리를 따라 차례로 등장하는 세계는 모두 이전 여러 영화에서 빌려온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자기만의 SF적 아이디어가 빈약해요. 과학적으로 무리는 하지 않지만 빈약하죠. 이런 경우 전 그냥 무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만의 아이디어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는 다른 SF와는 반대의 방향을 취하고 있습니다. 우주에 우리 외에 아무도 없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건 우주에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아이디어만큼이나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살리기는 쉽지 않아요. 무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대담한 생각을 하기 전에 우리가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무언가가 없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죠?

그래서 라마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가 믿을 수 없어집니다. 왜 외행성들에서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들을 그렇게 좌절로 몰아넣었는지, 왜 태양계를 탐사하러 나선 우주선 승무원들이 대항해시대 범선선원처럼 구는지. 영화가 이 주제에 맞는 올바른 드라마와 캐릭터를 찾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애드 아스트라]가 저에게 그렇게까지 매력이 없었던 이유는 이 이야기가 지나치게 백인남자들, 그것도 부자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60년대 배경의 우주인 이야기인 [퍼스트맨]보다 더 백인남자 중심의 이야기예요.

뭐, 평론가들도 다 이걸 의식하고 있긴 합니다. 그래도 여러 방식으로 옹호를 하려고 하는데, 저에겐 잘 안 먹힙니다. 백인 남자가 백인 남자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우주 배경의 SF에서 40년대 펄프에 나올 법한 스토익한 백인 남자들이 세상의 중심을 고집하며 우주 버전 [트리 오브 라이프]를 찍고 있으면 질릴 수밖에 없습니다. 제자리 걸음을 하기 때문에 뒷걸음질을 치는 것 같은 영화란 말이죠. 후반부에서 조금 더 과격하게 나갔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을 거 같은데, (중반 이후엔 정말 그래도 되는 핑계가 있습니다) 영화는 그러지도 않습니다. 너무 안전한 영화예요. 그러니까 백인 남자들에겐.


출처 :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