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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내요, 미스터 리

   개요   :  코미디, 드라마

   개봉일   :  2019-09-11

   감독   :  이계벽

   출연   :  차승원, 엄채영, 박해준

   등급   :  12세 관람가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예고편은 감추는 게 많습니다. 반전을 밝히지 않는 건 당연하지만, 주인공의 가장 기본적인 설정도 적당히 감추고 있지요. 이 영화의 차승원이 연기하는 주인공 철수는 '동네 바보'입니다. 장르적인 바보, 그러니까 영구나 맹구와 같은 캐릭터를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철수는 형이 하는 칼국수 식당에서 일하는데, 가끔 사고를 치지만 주변 사람들은 모두 관대한 편이죠. 그러다 우린 철수의 비밀을 하나 알게 되는데, 어렸을 때부터 외할머니가 키워온 딸이 있고, 샛별이라는 이름의 그 딸은 지금 백혈병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이죠. 샛별은 몰래 병원을 빠져나가 대구로 내려가고, 철수는 엉겁결에 샛별과 함께 합니다.

여기서부터 우린 철수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단서는 전부터 주어져요. 예를 들어 아직 초등학생 나이인 샛별이는 소녀시대 팬이에요. 이승엽이 은퇴 전이고요. 애매하게 과거인데, 여기서 샛별이의 나이를 빼고 그 때 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소방관이었던 철수는 대구 지하철 대참사 때 임신한 아내를 잃었고 그 후유증을 앓고 있지요. 샛별은 순전히 같은 병실 아이에게 이승엽 사인볼을 가져다 주고 싶었던 것이지만, 그 우연의 일치로 두 사람은 그날의 과거와 대면하게 됩니다.

영화는 진지하기도 하고 경박하기도 합니다.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에서는 아주 진지해요. 하지만 그 진지함을 그리기 위해 '동네 바보' 캐릭터를 만들고 반전을 만들면 이건 삐걱거릴 수밖에 없지요. 삐걱거리기도 하지만 무지 신파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가 가장 비슷한 영화는 [7번방의 선물] 정도가 아닐까요. 역시 동네 바보 아빠와 똑똑하고 예쁜 딸이 나오는 코미디 신파지요. 최대한 진지해지려고 하지만 신파는 그만큼 진지해지기 어렵죠. 아무래도 쥐어짜는 감정이 인위적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차승원은 언제나처럼 차승원이고, 배우 팬이라면 만족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진짜로 끌어가는 건 샛별 역의 엄채영입니다.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