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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두리틀

   개요   :  코미디, 가족, 판타지

   개봉일   :  2020-01-08

   감독   :  스티븐 개건

   출연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급   :  전체 관람가




[닥터 두리틀]은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수의사 둘리툴 선생의 모험을 다룬 휴 로프팅의 동명 어린이 소설 시리즈가 원작이지요. 이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1967년에 렉스 해리슨 주연의 뮤지컬이 있었는데 흥행에 대실패했고, 1998년에 에디 머피 주연의 현대 배경 영화가 나왔는데, 이 작품은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했고 극장용 속편이 하나 나왔으며 둘리툴의 딸이 주인공 DVD 영화가 세 편 이어졌습니다. 이번 영화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둘리틀 선생을 맡고 있으며 원작처럼 19세기 초반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충 그렇다는 이야기이고 고증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 있지만요.

할리우드에서는 제작단계 때부터 말이 많았던 영화입니다. 테스트 관객들의 반응이 진짜로 안 좋아서 재촬영이 있었고... 그런 흔한 이야기 있지 않습니까. 지금도 그 쪽 사람들이 많이 걱정하는 영화입니다. 간을 보기 위해 미국보다 먼저 개봉한 우리나라에서는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와 경쟁해서 이겼고 그 때문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SNS에 한국 관객들에게 감사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는데, 그건 우리나라에서 [스타 워즈] 영화가 인기가 없어서 그런 거고, 앞으로 어떨지는 아직 모르죠.

렉스 해리슨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시리즈의 2편이고 뉴베리상 수상작인 [둘리틀 박사의 바다여행]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1편은 인종차별 문제가 있어서 각색하는 게 좀 위험하죠.) 소설의 내레이터인 토미 스터빈스가 다친 다람쥐를 데리고 둘리틀 선생을 찾아가는 도입부는 대충 비슷합니다. 원작에서처럼 둘리틀 선생이 스터빈스와 함께 항해에 나서서 온갖 모험을 하고요. 하지만 영화에서는 독극물에 중독된 젊은 빅토리아 여왕을 치료할 약을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둘리틀 선생을 질투하는 경쟁자이고 독살음모의 범인 중 한 명인 뮈드플라이 박사가 악역을 맡고요.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건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그리 지루하지 않게 앉아 있을 수 있었다는 말이죠. 이야기는 뻔뻔스럽게 단순하고 유치하지만 화가 날 정도는 아니고, 속도감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구경할 무언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 무언가는 대부분 CG 동물들인데, 가끔 티가 나긴 하지만 전체적 퀄리티는 괜찮습니다. 아주 나쁜 영화는 아니에요.

단지 모든 게 덜컹거립니다. 곧 부서질 것 같지만 그래도 침몰하지 않고 항구에 도착하는 배를 구경하는 기분이에요. 훌륭한 원작, 저명한 할리우드 스타들(그들 대부분은 CG 동물들의 목소리를 연기합니다), 거창한 스펙터클 등등이 어울리지 않고 마구 충돌해요. 특히 영화 내내 21세기 코미디언처럼 개인기로 일관하는 동물들은 좀 천박하게 짜증나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을 싫어할 생각까지 드는 건 아니지만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우리가 아는 둘리틀 선생보다는 토니 스타크에 가깝고요. 지나치게 노력을 해서 오히려 손해를 보는 영화인데, 보는 내내 할리우드 공장에서 이들이 어떤 수난을 겪었는지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출처: 듀나의 영화낙서판